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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간을 기록하다: 제리 로스웰과 그의 영화들

제리 로스웰의 다큐멘터리에서 일관된 스타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그러하다. 혹자는 로스웰의 데뷔작 <딥 워터>(2006)와 근작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2015)의 유사함을 예로 들지도 모른다. 두 작품 사이에 놓인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스타일이 감지되는 건 사실이다. 생전에 인물이 남긴 기록을 내레이터가 읽도록 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삽입하며, 인물이 찍힌 푸티지 영상을 다큐멘터리 안으로 끌고 온다. 이러한 형식은 신작 <타짜의 와인>(2016)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반대로 <헤비 로드>(2008), <익명의 정자 기증자>(2010), <베코지의 달리는 아이들>(2012)은 수년에 걸쳐 인물(들)을 따라가고 관찰한 결과물이다. 세 작품 사이에서도 유사점만큼 차이점이 읽힌다. 일례로, <헤비 로드>에서는 감독의 존재가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찍는 자로서 그의 그림자가 간간이 보이고, 한 장면에서는 아예 인물에게 카메라를 맡겨 자신을 찍도록 했다. 그것을 끝으로, 이후 로스웰은 자신을 영화에 밀어 넣은 적이 없다. 그는 무언가를 고집하기보다 소재와 주제에 맞춰 영화의 형식을 결정하는 연출자처럼 보인다. 내가 발견한 로스웰 영화의 으뜸가는 특징은 ‘친대중성’이다. 이 말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영화가 예술적이지 않다거나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뜻이 아니며, 그의 영화를 제대로 설명하기 귀찮아서 두루뭉술한 단어를 꺼낸 것도 아니다. 데뷔작부터 신작까지 보는 과정에서 나는 로스웰의 영화가 무척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의무감은 어느새 잊고 그의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 그게 장점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아무리 의도가 좋은 다큐멘터리라도 관객이 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여기에 덧붙여 바보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왜 로스웰의 영화는 재미있을까?” 결론은 ‘장르성’이다. 다큐멘터리에 장르라는 표현을 보통 쓰지 않지만, 장르성이야말로 로스웰 영화의 핵심에 접근하도록 돕는 말이다. 겉보기에 <딥 워터>와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는 역사적 사실을 시간 순으로 전개한 다큐멘터리 같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지와 인터뷰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하게 배치되었는지 알 수 있으며, 그 결과 영화는 특유의 리듬을 조성해낸다. 그의 영화에 쓰이는 소재 중 대다수는 인터넷을 뒤져보면 결말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하는 것처럼 긴박감과 흥분을 품은 채 영화를 보게 된다. 항상 박동수를 올리는 데만 주력하는 것도 아니다. <헤비 로드>나 <익명의 정자 기증자>는 인물과 함께 떠난 길처럼 편안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로스웰의 영화는 다큐멘터리이면서 한 편의 잘 만든 드라마로도 모자람이 없다.

로스웰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관된 주제이다. 그는 매 영화마다 전혀 다른 소재로 이동해 왔는데, 작품들을 연결 짓는 건 ‘인간의 꿈’이다. 장르성과 별개로,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화장기를 지운 사람 그 자체다. 그 중에는 수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자도 있고,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뗀 젊은이도 있다. 그들 모두는 가슴 한가운데 한결같이 꿈을 안고 있다. 삼십 대 가장은 홀로 배에 몸을 실어 세계 일주를 떠나고(<딥 워터>), 장애인이 포함된 펑크 밴드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헤비 로드>), 젊었을 때 정자를 제공했던 남자는 시스템의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보헤미안의 삶을 누린다(<익명의 정자 기증자>). 주어진 환경에서 탈출하려는 십대 소녀는 장거리 주자가 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으며(<베코지의 달리는 아이들>), 언론인이었던 남자는 환경을 지키는 운동가로 탈바꿈한다(<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중요한 사실은, 로스웰이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체로 실패하며, 심지어 <타짜의 와인>에서는 나쁜 꿈을 꾸기도 한다. 로스웰이 기록하는 것은 꿈을 꾸는 인간이지 꿈의 성공 여부가 아닌 것이다. 인간은 꿈을 꾸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고 그는 말하는 듯하다. 그의 낙관성을 지지하고 싶은 건 그래서다. (이용철)

제리 로스웰 특별전

익명의 정자 기증자 l Donor Unknown

  • 감독 : 제리 로스웰 Jerry ROTHWELL
  • 제작국가 : UK
  • 제작연도 : 2010
  • 러닝타임 : 77min
  • 장르 : 다큐멘터리

상영시간표

상영일자 상영시간 상영관 등급 자막 GT
2017-05-21 12:00 아트하우스모모1관 GT
2017-05-24 16:30 아트하우스모모1관

상영작 정보

-시놉시스

<익명의 정자기증자>는 정자를 제공한 익명의 아버지를 찾으려는 10대 조엘렌의 여정을 쫓는다. 그녀는 정자 기증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등록해 뉴욕에 살고 있는 자매를 찾는다. 「뉴욕타임스」가 조엘렌의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그녀와 같은 정자를 받아 태어난 12명의 이복형제자매가 나타난다.

-프로그램노트

오래 전 정자은행에 정자를 제공한 남자와, 그로 인해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다. 성년을 앞둔 아이들은 정체성을 고민하며 자아를 찾고 싶던 터였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아이들 가운데 몇몇은 정자를 제공한 남자를 만난다. 그렇다고 해서 떨어져 살던 가족의 상봉 기록처럼 신파를 연출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과학과 의학과 산업’이 결합된 세기를 고찰하는 한편, 그것이 인간의 관계에 미친 영향,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 쪽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들의 생물학적 관계가 과연 가족 혹은 사회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내부의 문제라면,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또 어떠한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미래에 등장할 다양한 유형의 인간관계를 상상해 보면 거쳐야 할 관문임은 분명하다. 또한 이 영화는 용기 있게 관계를 확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직 가족과 머무는 아이들과 달리, 정자를 제공한 남자는 혼자 보헤미안처럼 산다. 그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관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는 점은 거대한 진실을 시사한다. 머리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법이다. (이용철)

- 감독
제리 로스웰 Jerry ROTHWELL
제리 로스웰 Jerry ROTHWELL

제리 로스웰은 여러 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린피스의 설립자들에 대한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육상선수가 꿈인 에티오피아 시골 마을의 두 소녀에 대한 <베코지의 달리는 아이들>. 정자 기증자와 그의 아이들에 대한 <익명의 정자 기증자>, 학습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펑크 밴드를 만드는 이야기인 <헤비 로드>, 1968년 세계 요트 레이스 참가자인 도널드 크로허스트의 불운한 여정을 다룬 <딥 워터> (공동연출 루이스 오스몬드) 등으로 다수의 상을 받았다. 그의 최근작 <타짜의 와인> (공동연출 루벤 아틀라스)은 와인 위조자에 관한 영화이다. 그는 딜런 윌리엄스의 <수영하는 남자들>과 사라 가브론의 <빌리지 앳 디 엔드 오브 더 월드>를 포함, Met Film Production의 수많은 장편 다큐멘터리의 총 제작과 편집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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